어머니라 부르겠습니다. 당신의 차갑고 너른 품을 떠나 건조한 뭍으로 올라오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향을 떠난 우리 조상은 점점 모습을 달리해 우리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살고자하는 바람이 골격을 바꾸고 구조를 바꾸어 마침내 종마저 바꾸어낸 것입니다. 어머니, 당신의 유산이 이렇게나 악착같습니다. 긴 이야기는 각설하고 우리 종에 대해 논하도록...
이상기후 분석연구소 신입이었던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지구에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명백한 데이터를 포착했다. 일말의 희망마저 집어삼키는 수치 몇 글자. 햇병아리 연구원이 그것을 들고 윗선에 바락바락 대들어 결국 열린 것이 2132 화성 이주 프로젝트 공식 회의였다. 실로 엄청난 기여도. 현재는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장으로 옛 날카로웠던 눈매 잃지 않...
인류는 죽은 자를 물에 떠나 보냈더라지. 불길한 아기도, 병든 시체도. 무언가 육지에서 떼어내고 싶을 땐 강에 태워 당신에게로 보내던 게야. 나는 버려졌나? 하하! 이봐, 나는 선택할 수 없었던 걸세. 우주 항해는 물론 지상에서의 생활도 견디지 못할 쇠약한 몸이라, 고향에서 안정을 찾고 마지막을 고이 받아들이라는 권고를 받았던 게지. 괜찮네. 그리 나쁘진 ...
당신, 요사이 번잡스러웠던 걸 느꼈을 테요. 당신에겐 오히려 조용했을지도 모르겠소. 당신의 표면에서부터 저 아래 바닥까지 구석구석 살피던 염치없는 놈들이 싹 사라졌지요? 노아의 방주. 인류는 곧 당신을 떠나오. 아니, 대부분의 인류는 당신을 떠나오. 긴 우주 항해를 버틸 수 없거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 인류의 노력이 채 닿지 못한 이들은 여기...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터전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두터운 신발은 땅에 닿을 때마다 지구에서보다 느리게 소리를 내었고,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참으로 울렁이게 만들었습니다. 고향을 망치고 도피한 종족도 환영받을 자격이 있을까요. 새 행성은 묵묵합니다. 간간이 들리는 바람소리는 조소입니까. 이주 프로젝트의 완벽한 성공이었음에도 어느 하나 축하하는 이가 없습니다...
이젠 등도 깜빡거리네요. 어떻게 여기까지 올 동안 버텨준 건지는 모르겠다만 아 정신사나워. 계기판에 쓸데없는 불빛 너무 많다고 생각 안 하세요? 비상등도 짜증날 지경이에요. 여기서 나가봤자 우주미아밖에 더 되나. 아 꺼졌다. 어둡네요. 비상전력이고 뭐고 중력 앞에선 다 무용지물이었나봐요. 와 진짜 덥다. 제가 좀 횡설수설하죠? 이게 다 더위 먹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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